15분 동영상서 드러난 경찰의 거짓말
지난 2022년 9월26일 아버지에 의해 납치돼 경찰 추격전 끝에 경관 총에 맞아 숨진 사바나 그라치아노(당시 15세) 사건이 총격 당시 영상이 공개되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당시 그라치아노가 경관 지시에 잘 따르고 있음에도 총격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리랜서 기자인 조이 스콧이 캘리포니아 공공기록법 요청을 통해 입수한 이 동영상은 샌버나디노카운티 셰리프국이 숨진 사바나가 보안관에게 먼저 총을 쐈다는 진술과 모순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격 과정을 요약한 15분 분량의 이 영상은 지난 29일 가디언에 의해 첫 공개됐다. 당시 사바나는 캘리포니아고속도로순찰대(CHP)가 납치 앰버 경보를 발령한 지 거의 24시간 후에 샌버나디노카운티의 헤스페리아 지역 15번 고속도로 갓길에서 경찰 총격에 사망했다. 사바나에 대한 앰버 경보가 발령된 것은 이보다 앞서 폰태나 지역 한 주택 앞에서 사바나의 어머니 트레이시 마티네스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바나가 실종됐음을 확인하면서였다. 셰리프국은 즉시 사바나의 아버지인 앤서니 그라치아노를 살인 및 납치의 주요 용의자로 지목했다. 당국은 그라치아노가 트레이시에게 총격을 가한 비슷한 시간대에 인근 학교에 있던 다른 사람과 어린이에게도 총을 쐈다고 밝혔다. 사바나에 대한 앰버 경고가 발령된 다음날인 9월27일 그의 트럭을 목격한 시민의 신고가 접수됐다. 곧 경찰은 그라치아노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출동한 셰리프국 요원들은 오전 11시쯤 렌우드 인근에서 그라치아노 부녀가 탄 트럭을 발견했지만 차량을 세우려던 중 총격을 받았다. 곧 70마일에 걸쳐 추격전이 이어졌고, 그라치아노는 반자동 총기로 트럭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추격전은 부녀가 탄 차량이 프리웨이를 이탈해 가파른 제방으로 올라가려던 순간 끝났다. 당시 셰리프국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그라치아노는 당시 포위하고 있던 여러 대의 경찰 차량을 향해 후진했고 총격을 가했다. 트럭이 멈춘 후 사바나는 조수석에서 내린 뒤 바닥에 몸을 낮게 웅크리고 있었다. 이어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던 셰리프국 요원이 그녀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지시했다. 사바나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 몸을 웅크린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가던 중 셰리프국 요원이 쏜 총에 맞았다. 영상에서 총격 후 사바나의 몸은 흐릿하게 처리됐다. 그녀가 총에 맞자 누군가 무전기를 통해 “오, 안 돼”라고 말하는 소리도 들린다. 당시 현장에 있던 셰리프 요원들은 바디캠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셰리프국은 사바나가 그라치아노의 트럭에서 내릴 때 근처에 있던 요원의 벨트에 달린 마이크에 녹음된 음성을 공개했다. “차에서 나와!”라고 요원이 반복해서 외치자 뒷쪽에서 총격이 시작됐다. 요원은 사바나에게 지시했다. “이리 와! 이리 와! 어서, 어서, 어서 … 걸어와, 걸어와, 걸어와.” 직후 소녀가 바닥에 쓰러지자 요원은 동료 요원들에게 총격을 멈추라고 외쳤다. “그만 쏴! 그라치아노는 차 안에 있어! 멈춰!” 그가 다시 소리쳤다. “소녀는 괜찮다니까! 그라치아노는 차 안에 있어! … 멈춰!” 총격 직후 셰리프국은 응급 치료를 하려 했지만 사바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그녀의 아버지 그라치아노도 현장에서 사망했다. 셰리프국에 따르면 사바나는 다른 쪽에서 트럭을 바라보고 있던 요원들의 총에 맞았다고 한다. 셰리프국은 총을 쏜 요원들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그들은 트럭이 멈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높은 위치에 있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총을 쏜 요원들은 트럭에서 한 사람이 내려 가장 가까운 요원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총격을 가했다. 소녀에 가까이 있던 요원이 소녀를 부르고 지시에 따르라고 외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총격 사건은 현재 캘리포니아주 검찰이 조사 중이다. 셰리프국은 동영상 외에 추가 논평이나 세부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사바나의 삼촌인 CJ 와이엇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라치아노가 아내 트레이시와 별거하는 동안 트럭에서 사바나와 함께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라치아노를 “학대적이고 교묘한 사람”이라고 부르며 사바나의 죽음에 대해 그를 비난했다. 와이엇은 “사바나는 정말 착한 아이였는데 이런 비극을 겪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격 사건 직후 샌버나디노카운티의 섀넌 디쿠스 국장은 사바나가 총에 맞기 전 요원들을 향해 달려갔으며 ‘전투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헬기가 촬영한 영상에서 사바나는 사망 직전 보안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총격 사건 다음 날, 디쿠스 국장은 주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면서 그는 발표한 성명에서 “셰리프국 수사관들은 총격 당시 사바나가 현장 요원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셰리프국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한 요원과 이인근을 지나던 운전자는 추격 과정에서 트럭 조수석에서 누군가 총을 쏘는 것을 목격했다고 신고했다. 셰리프국은 사바나가 보안관에게 총을 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으며, 이 문제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당국은 사건 현장에서 방탄복과 전술 헬멧과 함께 여러 개의 무기, 탄약, 섬광탄, 연막탄 등을 발견했다. 가주 법집행기관 총격사건의 전문조사관인 에드 오바야시는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사바나를 쏜 요원들이 영상과는 다른 각도에서 당시 상황을 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을 쏜 요원들은 어떤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을까요? 그들은 사바나의 손을 보지 못했을까요? 그들이 혹시 소녀가 요원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고 지레 짐작한 것은 아닐까요?” 일반적으로 캘리포니아 법 집행 기관은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 몇 주 또는 몇 달 내에 사건 동영상을 공개한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상황을 요약한 이 동영상은 공식 수사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에 공개될 수 있다. 하지만 사바나 사건의 경우 셰리프국은 거의 2년이 지난 후에야, 그리고 기록에 대한 오랜 법적 다툼이 있은 후에야 총격 사건에 대한 요약본을 공개했다. 전미변호사협회 산하 비영리단체인 전국경찰책임 프로젝트의 로렌 본즈 국장은 총격 사건과 영상 공개 사이의 기간이 이번처럼 긴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본즈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제공된 내용과 실제 촬영된 동영상이 다를 경우 책임자가 나와서 그 불일치한 내용에 대해 설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동영상은 요원의 총격에 사바나가 숨졌다는 사실을 셰리프국이 처음으로 인정한 증거다. 그러나 법 집행 기관이 제공하는 이러한 유형의 비디오는 총격 사건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되긴 어렵다. 남가주에서 경찰력 남용에 따른 피해자를 대변해온 민권 크리스토퍼 부 사에드 변호사는 “공개된 동영상은 셰리프국 공보과에서 만든 영상”이라며 “셰리프국이 스스로 요원들을 버스 밑을 던지는 위험을 감수할 리 없다”고 말했다. 이 영상을 입수한 저널리스트 스콧은 캘리포니아 공공기록법에 따라 영상 공개 신청서를 제출한 지 18개월 후인 2022년 9월 셰리프국으로부터 영상과 오디오를 받았다. 스콧은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고 사건 수사는 투명해야 한다”면서 “영상 요청과 공개는 그렇게 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유형의 영상은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고 있음에도 경찰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면서 “여전히 의문점은 많지만 사바나가 죽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네이선 솔리스 기자동영상 거짓말 셰리프국 요원들 사바나 그라치아노 경찰 총격